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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은성의 귓가에 들려왔다 혹시 자신을 알아챈 근처 주민인가? 은성은 그런 생각에 긴장된 모습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자리에 서있는 사람은 근처 주민이 아니라
“왔어요? 들어와요”
“여보세요”
- 무슨 일이예요?
“그건 그쪽 사정이구요”
“혹시 매일 그런거 먹는거 아니예요?”
“원 세상에”
****
딩동- 딩동-
“어”
진우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자 지희가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린 듯 그를 바라봤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까 말도 못하게 챙피해진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채 진우를 향해 중얼거리듯 말했
“매니저 오빠는 알아요? 그 여자가 누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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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여야 하는데 그녀의 고개가 움직이질 않았다 실감이 나질 않는 걸까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으로 물밀 듯이 누군가의 영상이 떠올랐다
“아 왜요?”
“저기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길래 실례가 되면 다시 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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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갑자기 자신을 끌어 안자 놀란 지희는 눈을 크게 뜬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기분이 좋고 어쩌기 전에 그녀는 정말로 놀랐다 그런 그녀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으며 진우는 그녀의 귓가에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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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요 몰라요?”
“아 아니야 그 사람 때문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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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어차피 나 망가진다고 돌아봐 줄 사람도 없는데”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는 지환을 보며 은성은 드디어 알아냈다는 기쁨에 환하게 미소지었다
은성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보다 곧 다시 얼굴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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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가 그렇게 자기 첫사랑 얘기를 털어 놓자 두 남자는 말이 없었다 은성은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어쩐지 새삼 가슴에 싸하게 맺혀와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랑해요?”
테이블 위에 차분히 술과 술잔을 세팅하고 있는 은성을 보며 진우가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자 은성은 여전히 손을 움직이며 차분한 얼굴로 대답했다
한참동안 음악이 흐르는데도 은성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하고 있나? 그런 생각에 지희가 종료버튼을 누르려던 때였다 드디어 음악이 끊기고 은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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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과일을 내밀자 그는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그녀의 말에 시선을 돌리자 정말 아파트 입구에 누군가 사람을 기다리는 듯 기대 서있는 것이 보였다 작은 키의 여자 같았다 은성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간절하게 바래서 한 키스였으니까 죽고 싶을 만큼 안타까운 마음을 토해가며 한 고백이었으니까 없었던 일로 할 수가 없었다
어우 챙피해 어우 쪽팔려 어디로든 숨고 싶다 지희는 그런 생각에 고개를 푹 숙였다